두바이의 미래를 빚어내는 사나이

* 참고 도서 : 두바이 CEO의 창조경영(서정민, 청림출판)

정리_김승일(khansaid@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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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이크 무함마드는 2006년 1월 4일에 두바이의 통치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 이름은 그 전에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두바이에서 벌어지는 사업이 워낙 세상의 관심을 크게 끌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이름은, 아버지와 함께 국정에 참여한 1960년대 말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도자, 정치가, 그리고 사업가로서 그의 경력은 이미 40년이 넘은 것이다.

 

 

두바이 지도를 펼치면, 두바이 앞바다에 들어선 기이한 형상의 프로젝트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조경이나 관광을 위한 작은 섬이 아닌, 지상에서 가장 큰 인공 섬들이다. 대규모 주거 지역, 레저 단지, 상업 지역이 들어서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섬들이 완공되면, 두바이의 해안선 길이는 무려 천500킬러미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야자수 모양의 '팜 아일랜드', 세계 지도 모양의 '더 월드', 해양 도시 '워터프런트',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지금 두바이에서 실현되고 있다. 지상에는 '크리스털 돔'이라는 아주 특별한 주거 공간과 '부르즈 두바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건설되는 동시에 바닷속에는 호텔이 지어지는 곳이 바로 두바이다. 사람들이 '두바이에서는 지금 천지가 개벽하고 있다'는 표현을 서슴없이 쓸 정도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이 바로, 두바이 왕국의 왕이자 CEO인 셰이크 무함마드다.

 

 '관광 메카를 건설하겠다'

 

셰이크 무함마드는, 왕세자로 지명되자마자 본격적으로 온갖 혁신적인 국가 건설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는 '두바이에서는 실패를 제외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라는 기치로 갖가지 비관세 장벽과 규제를 철폐해 외국 기업을 대거 유치했다. 금융 규제를 없애자, 두바이 국제금융센터는 세계적인 금융 허브로 떠올랐다.

 

무함마드에게는 오래전부터, 사막을 세계인들의 관광 메카로 바꾸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이미 그는 1985년, 30대 나이에 걸프협력회의(GCC)에 참가해, 두바이를 세계적인 관광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구와 국토가 작은 나라에서 공업, 농업, 광업 따위에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두바이의 미래를 책임질 산업으로 관광을 택한 것이다. 미래에도 안정적인 국가 수입을 보장하는 것은 관광뿐이라며, 두바이의 관광 자원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그래서 자연이든 인공이든 간에 외국 관광객의 관심을 끄는 관광 자원이라면 무조건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그의 관광산업 개발 프로젝트는 1990년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97년 어느 날, 무함마드는 두바이 항만공사 사장에게, 70킬로미터 남짓 되는 해안선은 너무 짧아 관광지로 개발하기에 공간이 모자라니, 인공 섬을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얼마 뒤, 항만공사 사장은 둘레가 7킬로미터쯤 되는 '작지 않은' 인공섬 개발안을 들고 무함마드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러나 무함마드는 '7킬로미터가 아니라 적어도 70킬로미터가 되는 해변을 가진 인공 섬을 원한다'며, 다시 계획을 짜라고 지시했다. 오늘날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인공 섬 '팜 아일랜드'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 뒤로 두바이의 상징 건물로 떠오른 초호화 호텔 부르즈 알아랍이 건설되었고, 사막 한가운데에 '스키 두바이' 스키장이 건설되었다. 그는 '최고' 아니면 '최초'를 원할 뿐, 단순한 모방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10년 전만 해도, 두바이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중동 최대의 관광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두바이를 찾는 관광객 수는, 이집트에 이어 중동에서 둘째로 많다. 해마다 300만 명쯤 순례객이 찾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종교 성지 메카를 뛰어넘어 새로운 관광 메카로 올라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종교 성지도 없고, 이집트처럼 찬란한 문화 유적도 없지만, 두바이는 인공적인 관광 시설로 승부를 겨루고 있다.

 

두바이는 국제 행사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무함마드는, "능력 있고 창의력 있는 사람만이 최고 축제, 전시회, 회의,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러한 행사는 국제적으로 한 나라를 가장 확실하게 인정받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나라와 찾아갈 거리가 없는 나라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과 다를 바 없다" 하고 강하게 말한다. 이에 따라 두바이는, 에어쇼, 가구 박람회, 걸프 정보산업 박람회 같은 세계적인 전시회와 박람회를 해마다 몇십 차례 열고 있다. 전 세계 경제계와 언론의 관심을 끄는 행사를 끊임없이 벌이는 것이다.

 

무함마드가 두바이를 강력하게 개혁하고 있는 원동력은, 그를 지지하는 막강한 두뇌집단에 있다. 무함마드의 주변에 몰려든 전문가 집단은 세계 최고 인재들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신을 주축으로 세계에서 모여든 전문가 2천여 명이 '두바이 아이디어 오아시스' 같은 이름으로 두뇌집단 구실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 구상을 내놓고, 기획을 하고, 세부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그와 스물네 시간 연락하며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 무함마드는, '내 뒤에는 열심히 일하는 두뇌집단, 젊은 팀이 있다. 내가 아이디어와 목표를 제시하면, 그들은 실행에 옮긴다'고 말하며 그들을 자랑스러워한다.

 

 "지도자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무함마드는 심각한 일 중독자로, 스물네 시간을 쪼개서 일하는 지도자로 소문이 나 있다. 쿠웨이트 일간지 기자가 인터뷰에서, 도대체 언제 쉬고, 언제 잠을 자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담담하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두바이와 아랍에미리트를 위한 내 꿈이 실현되는 날, 나는 평온하게 잠을 잘 것입니다. 그러기 전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계획할 것이고, 그 일들이 다 끝나가는 것을 지켜볼 것입니다"라고만 대답했다.

 

무함마드는 보통 새벽 2시에서 6시까지 잠잔다. 아침에는 7시 이전에 사무실로 떠난다. 아랍에미리트연방의 총리이자 부통령이기도 한 그는, 맨 먼저 연방과 두바이 관련 정무를 돌본다. 그러고 나면, 두바이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꼼꼼히 챙긴다. 그래서 비서진들은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을 표시하는 그래픽 자료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사무실 한쪽 벽에는 커다란 현황판이 설치되어 있어, 그것을 통해 공정을 정확히 파악한다. 오후에는 외국의 유명 대기업 총수를 비롯해 외국 인사들을 만난다.

 

무함마드는 다른 아랍 나라 지도자보다 외국 출장이 적은 편이다. 벌여놓은 프로젝트가 너무 많아 아직은 외국에 다니며 소일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중요한 사안이 아니면 두바이 개발 프로젝트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 꼼꼼한 성격인 그는, 많은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두바이의 이곳저곳에 다니며 프로젝트 사업에 적절한 곳인지를 평가하거나, 정부 부처를 방문하거나 하고, 개인적으로 시장이나 바닷가에 가기도 한다. 외국 인사를 만날 때는 거의 혼자 움직인다. "혼자 다니면 위험하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지도자인 내가 혼자 다니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이 어떻게 안전하게 두바이에 투자하겠느냐"며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거침없이 두바이를 이끄는 셰이크 무함마드. 그러나 정작 그를 만나 본 사람들은, 차분하고 겸손하며 사리분별이 밝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말하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나치게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도 있지만, 실제로 만나 보면 부드러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무원과 국민에게 엄한 지도자지만,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너그럽게 이해한다. 그는 열 번 가운데 두 번은 실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대신 여덟 번은 잘하라고 독려한다. "공무원들에게 너무 무자비하다"는 말에 대해 그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는 때로 엄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무함마드는, 중동권에서 가장 실용주의 노선을 걷는 지도자로 평가되고 있다. 왕정 국가지만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경영 시스템을 창출한 지도자라고, 많은 서방 언론이 그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명분보다 실리를, 폐쇄보다 개방과 자유를 선택하다 보니, 중동의 이슬람 전통과 충돌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러나 그는, "필요하면 뭐든지 바꿔라"는 식의 정공법으로 맞서고 있다. 때론 전통 가치와 삶의 방식을 버려야만 시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바이는 지금 중동권에서 가장 빠르게 이슬람 전통을 현대화하고 있다.

 

무함마드는, 커다란 꿈을 가지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어려운 도전을 생각하지 않고는 밝은 미래를 논할 수 없으며, 야망이 클수록 도전도 커지게 마련이므로, 계획하고, 준비하고, 긍정적으로 자신 있게 노력해야, 어려운 도전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비판과 반대는 늘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도자의 사전에 '불가능'이라는 말이 있어서는 안 된다. 불가능은, 무능력한 사람, 망설이는 사람, 그리고 약한 사람의 환상일 뿐이다. 아무리 큰 도전과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굳은 신념과 의지로 이를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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